[시사 할(喝)]아동학대 가해자 80% 다시 "집으로"
[2015-05-29 09:27:35]
아동학대에 내려진 ^썩은 동아줄^의 심판
가해자 집행유예 46.2%, 형사사건보다 2배 높아
법원의 관대함이 재학대로 재연… 대책마련 시급
【강원=뉴시스】시사할 취재팀 = 친부모나 교사 등에 의한 아동 학대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특히 일관성없는 법원의 판단과 모호한 양형기준 등은 여전히 아동학대 문제를 불식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울산 계모 사건’의 경우, 당시 1심은 ‘미필적 고의’가 없고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가해자는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는 한 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맞아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졌다.
천안에서는 한 부모가 목검으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인 아버지는 흉기를 사용했으나 법원은 솜방망이 판결을 선고했다. 이유는 흉기는 썼지만, 단 1회였다는 이유다.
최근 30대 중반의 여성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욕조에 빠뜨려 죽인 뒤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법원은 이 여성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죽은 아기의 형제 2명을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 자신이 낳은 아기를 익사시킨 여성에게 남은 아이들의 양육을 맡겼다.
2014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아동학대의 실태와 사법적 대응방식의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형이 확정된 아동학대 사건 약식결정문과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실제로 감옥에 가지 않았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은 46.2%에 달했다. 보통 형사사건 1심 집행유예 판결비율(2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식재판에 회부된 경우에도 실형을 산 경우는 총 340건 중 71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가 115건, 벌금선고가 58건, 선고유예가 4건,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가 1건이었다.
더구나 실형을 산 경우에도 징역 3년 이하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 47건(66.2%)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고, 집행유예 선고의 경우도 징역 1년 이하ㆍ집행유예 3년 이하의 가벼운 선고가 99건(86%)으로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피해 아동이 3개월 이상의 중상해를 입은 5건의 사건에서도 3건(60%)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에 그쳤는가 하면, 피해 아동이 사망한 사건 23건 중에서도 징역 3년 이하의 처분으로 그치는 게 8건(전체의 38.1%)이나 됐다.
이 같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의 비율이 높고, 또 선고형량이 낮은 이유는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아이의 양육문제를 고려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학대가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부모의 품에 돌려보내진 아이들 중 다시 학대를 당한 아동이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만 2368명에 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총 3만4593건으로 5배가 넘게 증가했다. 전체 가해자의 82%의 친부 또는 부모다.
지난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만 68명이다. 사망한 사례를 보면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폭행을 피할 수 있지만, 10세 미만의 아이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소아정신과 손석한 박사는 “먼저 부모가 반사회적이거나 인성이 덜 된 경우 자식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대할 수 있다. 부모가 학대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물건 취급하듯이 심한 체벌을 할 수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부모들은 자신의 행위가 학대가 아니라 훈육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최근 법원이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인정하는 등 국민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덮어놓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여전히 재학대가 반복되고 있고, 법은 아이를 가해 부모에게 다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최소한 법은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아이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보호자, 재범 방지장치, 또 끊임없는 감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sisah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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